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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뮤직

[스포츠 뮤직] 선동열과 이종범의 TWO & ONE (투앤원)

by 돼지의꿈80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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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야구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최초의 앨범을 낸 가수는 갈기머리 휘날리며 마운드 뛰어가던 LG 트윈스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한-미-일 프로야구를 경험한 록밴드 "What"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이상훈 현 MBC플러스 해설위원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후에 그의 앨범을 차례대로 리뷰할 생각하지만 2005년 발매된 그의 앨범보다 그보다 11년이나 먼저 앨범을 낸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상훈과는 다르게 은퇴를 하지 않은 현역이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던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당시 인기 가수였던 양수경이 결성해서 만든 "Two & One" (투앤원)을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동명의 이 앨범은 1994년 1월에 발매되었으며 발매 당시 많은 화재가 되었고 발매시기가 오프시즌이라 시즌이 개막되기 전까지 그들의 무대를 간간히 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때 당시에 중학생이라 용돈의 압박으로 CD로 사지는 못 하고 카세트테이프로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카세트테이프를 처음으로 리뷰해 봅니다. 

 

트랙순서 (굵은 글씨는 신곡, 나머지는 기존의 곡 커버)

 

Side A

1. 어른이 되는 지혜

2. 사랑하고 있어  (Title)

3. 사랑으로

4. 사랑일뿐야

5. 아리랑 목동

 

Side B

1. 너에게

2. 대답 없는 너

3. 기쁜 우리 사랑은

4. 모나리자

5. 걸어서 하늘까지

6. 사랑하고 있어 (경음악)

 

1993년 해태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타이거즈 답지 못한 고전을 펼치긴 했지만 결국 4승 1무 2패로 삼성을 꺾고 7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쥡니다.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미친 활약을 보인 신인 이종범과 정규리그에서 세이브왕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한 선동열의 활약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단은 너무 가난했기에 선수들에게 많은 포상금을 줄 수 없었고 두 선수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광고 출연과 앨범 발매를 통한 연봉과 포상금의 보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두 사람과 구단의 기대와는 다르게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위키에 따르면 고작 20장이 팔렸는데 그중 절반은 당시 감독이었던 김응용 감독이 구입하였다고 합니다. 그럼 저는 나머지 10장 중 1장을 돈 주고 산 사람인가? 아무래도 방송에서 한 우스갯소리일 듯싶습니다. 

 

투앤원 카세트 테이프 앨범 쟈켓

 

 

당시 기사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었는데 선동열과 이종범은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열심히 녹음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 다 먼 거리를 오가는 탓에 노래를 연습하고 녹음을 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애초부터 두 사람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기에 계속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고 하네요. 특히 이종범은 무리한 일정 탓에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 녹음을 할 때 당시 LG 트윈스 소속의 선동열의 절친인 정삼흠이 응원차 녹음실에 들렀다고 합니다. 힘들어하는 선동열이 친구였던 정삼흠을 보면서 읍소했다고 합니다

 

"삼흠아, 차라리 15회 완투를 하는 게 낫겠다."

 

전날 새벽까지 과음하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 완투승을 척척 해대며 철완을 과시하던 당시 최고의 투수 선동열이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을 보면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 제작은 당시 엄격하던 김응용 감독에게 비밀로 부쳤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했고 그들이 부진라도 하면 나이트에 가서 노래나 부르라며 나무라기도 많이 나무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워낙 야구를 잘했고 그래도 나름 10장이라도 산 것을 보면 이후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다시 앨범으로 돌아와서 이 앨범 재미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창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녹음의 기술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편집의 영향인 것인지 나쁘지 않습니다. 양수경과 함께 한 타이틀곡 "사랑하고 있어"는 당시 방송 무대에 간간히 출연하며 알리기도 했지만 순위 프로그램에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른이 되는 지혜", "너에게"는 투앤원만의 신곡으로 "아리랑 목동"은 응원가로 삽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 사람이 함께 부르지 않고 파트를 나눠서 불렀다면 좀 더 완성도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존의 유명한 곡을 커버한 김민우의 "사랑일 뿐야", 최성수의 "기쁜 우리 사랑은" 이 두 곡은 선동열이 솔로로 김종서의 "대답 없는 너"와 조용필의 "모나리자"는 이종범이 솔로로 불렀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와 장현철의 "걸어서 하늘까지"는 두 사람이 함께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이디어로 급하게 녹음을 하기도 했고 두 사람의 가창력이 엄청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들어보면 나름 신경을 쓰고 노력을 많이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정보를 찾아보게 되면 선동열, 이종범 두 사람과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흑역사의 한 페이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 군대를 제대하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2년 전까지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 갔었던 삼성의 아쉬운 시즌으로 남아 있는 시즌이었고 그때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매개체의 앨범으로 가끔씩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면 꺼내서 듣는 추억의 앨범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투앤원 - 사랑하고 있어

https://www.youtube.com/watch?v=4hsT8eLMcKE

 

 

※ 이 블로그의 모든 사진은 직접 구매한 앨범을 촬영 혹은 스캔하였으며 리뷰 역시 직접 듣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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